시 모음

겨울나무

kara (mcj810) 2009. 1. 16. 21:48

 

 

 



겨 울 나 무 / 이수인

나무도 생각을 한다
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
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
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
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 마저
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

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
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
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
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
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

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
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
울어보지 않았으리
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
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
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

빈 가지 눈꽃 피어났던 자리마다
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
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
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
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